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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생명평화축제 '물 좀 주소' 시민의 역사를 쓰다

입력 : 2015-10-07 13:42:00
수정 : 0000-00-00 00:00:00

임진강생명평화축제 '물 좀 주소' 시민의 역사를 쓰다



 





▲백창우와 굴렁쇠 아이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정재환 작가>



 




2015년 올해는 분단 70년이 되는 해이다. 분단의 상처는 우리들에게 평화와 생명의 공간인 DMZ로 아물고 있다. 이 DMZ 서부구간인 파주에는 판문점이 있고, 개성공단으로 가는 길이 있다. 그리고 언제든지 개성과 평양까지 달려갈 수 있는 철마가 있다. 파주시민들은 여기서 통일이 꽃 피길 소망한다. 남북을 흐르는 임진강처럼 말이다.



 



그래서 시민들이 임진강을 바라보는 평화누리에서 한바탕 축제를 벌였다.



 



생명과 농토가 사라질 ‘임진강 준설 사업’



임진강은 북녘 땅에서 발원하여 DMZ를 통과해 왔고, 남한의 민간인통제구역을 흐르며 파주시 탄현과 김포, 북한의 황해도 개풍군 사이를 흐른다. 그런데 이 임진강이 위험하다. 작년부터 국토부가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 <임진강 군남지구 하천정비사업>으로 강을 준설하겠다는 것이다. 파주의 문산 지역의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공사라고 했다.



 



강에 깃든 생명들이 위태롭고, 농부들은 농토를 잃고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65만평의 논이 사라지고, 100만평이 넘는 사토지에서 영농이 중단된다. 친환경농지도 대규모로 사라진다. 그래서 파주 시민, 농민 그리고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반대 농민대책위원회>와 <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를 만들어 준설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쳐왔다. 대책위가 전문가들과 함께 환경영향평가서와 준설 정책을 분석하고 여러 차례의 공청회를 했다. 이런 과정에서 임진강 준설사업은 일부 제방보축 사업을 제외하고는 홍수예방에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저류지를 메워 홍수위험을 가중시키는 역효과까지 예상되었다([파주에서] 11호, 특집기사 참고). 더구나 9월 25일 임진강 준설 사업 환경영향평가가 거짓임이 밝혀져 용역회사 동부엔지니어링이 6개월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시민이 만든 임진강생명평화축제 ‘물 좀 주소’



시민들은 움직였다. 홍보지를 뿌리고, 거리 행진도 하고, 집회도 하고, 기자회견도 하고, 환경청과 국토부와 시청에 항의 방문도 하였다. 그리고 이 임진강을 지키는 운동을 한바탕 축제로 만들기로 했다.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 문산성당에서 ‘임진강 생명평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원회 / 공동조직위원장 박평수 이철국 조영권 천호균) 발대식을 가진 이후 9월 29일 축제일 전일까지 393명이 조직위원이 되어 축제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임진강생명평화축제는 전시와 퍼레이드, 공연이 어우러진 축제였다. 성남 오리뜰 농악과 마정2리 농악단과 함께 농민들이 ‘임진강을 지키자’ ‘생명은 예술이다’는 펼침막을 들고 임진강역에서 평화누리공원까지 퍼레이드를 했다.



 



뒤이어 월롱초등학교 생태반, 문산수억고등학교 환경동아리 ‘해바라기’와 미술반, 논밭예술어린이예술학교, 평화를 품은 집 등 총 150여 명의 학생들이 엄상연 작가 등 미술가들과 함께 2달여 동안 제작한 멸종위기 동식물 등의 조형물을 앞세우고 행진했다.



 



축제의 핵심인 공연에는 전인권, 정태춘, 이승환, 요조, 백창우와 굴렁쇠아이들 등 잘 알려진 음악인들과 뮤지컬 감독 안주은 교수, 통키타가수 박정환, 파동밴드, 필리핀 이주노동자 5인조 밴드인 피노이밴드 등 지역의 실력 있는 예술인, 경기도 무형문화재 송포 호미걸이가 출연했다.



 



또 공연장 한편에는 오전부터 임진강 유역(민통선 포함) 농부들과 도시농부들, 토종씨앗지킴이와 시민단체가 손작업 수공예품 등을 전시하고 홍보하는 활동을 했다.



 



시민운동의 새로운 모델 제시



이 축제의 총 연출을 맡은 송복남씨는 “시민운동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문화행사를 겸한 집회는 있었지만, 시민 스스로 오롯이 문화행사를 주최하고 운동성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전국적 사례가 될 것이다. 문화 행사가 재미있으면 운동성이 살아난다”고 평가했다. 천호균 공동조직위원장은 “운동과 저항이 축제를 통하여 확신과 진실로 공감되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가수들의 공연 중간중간에 민족화해센터 이은형 신부와 백장현 박사가 통일의 필요성을, 이유진 녹색당운영위원장은 탈핵문제를, 박평수 공동조직위원장은 개발로 신음하는 생명을 지키자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파주환경운동연합 임진강대책위원으로 축제의 집행 총괄을 맡은 노현기 씨는 “준비 과정이 축제 같았다. 축제 당일도 새벽 3시까지 청소하느라 몸은 피곤하고 힘들었으나, 모두 즐겁고 행복했다. 축제를 만드는 과정이 축제였다.”고 과정이 훌륭했음을 강조하였다. 2달 동안 150여 명의 학생들과 함께 두루미와 수원청개구리 등 생명 조형물을 만든 엄상연 미술감독은 “자연은 예술이다. 생명은 예술이다. 평화는 예술이다. 이것을 몸으로 표현한 축제였다.”며 배운 것이 더 많은 시간들이었다고 말을 보탰다.



 



5시간 넘는 공연 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아



이날 행사에 참여한 금촌의 한 모 씨는 “문화행사가 5시간 40분 계속되었는데 지루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전시 판매 부스에 참여한 핸드메이드 작가 달분씨는 “손으로 만든 모자를 거의 다 팔았다. 그리고 공연끝날 때까지 앞으로 나가 즐겼다. 그 공간에 같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승환의 열창이 끝난 후 송포호미걸이의 소원풀이 장단에 맟춰 임진강생명평화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하나가 되었다. 모두가 임진강이 흐르고, 그렇게 남북도 흘러 생명과 평화가 지켜지기를 소망하며 밤하늘 아래에 손을 잡고 한바탕 대동놀이를 펼쳤다. 그 대동놀이는 임진강생명평화축제 선언문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걸어온 발걸음은 임진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농민들이 논에서 평화롭게 농사지으며 살아가길 바라는 몸짓이다. 또한 오늘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임진강의 새들과 개구리들과 물고기들이 터전을 잃지 않고 평화롭게 살기를 소망하는 함성이다. 사람들 삶의 근본은 농사이다. 논은 우리 모두의 밥상이며, 생명들의 밥상이다. 모든 생명의 원천은 강물이다. 강은 평화이다.”(임진강생명평화축제 선언문 중)



 



 



글 사진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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